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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문 · 비움의 철학

하늘은 빈 잔에 머문다

문학 에세이 · 청람 김왕식

작가의 말

이 책은 거창한 이론에서 비롯되지 않았다. 다만 일상의 작은 순간들, 오래된 기억과 지나가는 바람, 한밤의 침묵과 별빛 같은 것들이 내 마음을 두드렸을 뿐이다. 그 미세한 두드림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, 그렇게 모인 조각들이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되었다.

제1부 ― 비움의 서(序)

빈 그릇에서 출발한 사랑의 철학. 비워야만 채워지고, 내어주어야만 살아나는 생명의 자리. 대나무의 숨은 그 속이 비어 있어 노래가 되고, 창문은 비어 있어 빛을 들인다. 여백은 결핍이 아니라 자리를 내어주는 힘이다.

귀향 ― 맺으며

혹시 이 책을 덮고도 여전히 길을 잃은 듯 느껴진다면, 기억하라. 길을 잃었다는 감각 자체가 귀향을 향한 신호다. 강이 바다를 모르면서도 흘러가듯, 우리 역시 귀향의 끝을 모르면서도 흘러간다.

이 여정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다. 당신이 흘려보낸 빛은 언젠가 다른 누군가의 밤하늘에 별이 되어 도착할 것이다. 비움에서 시작된 길은, 결국 귀향으로 완성된다. 그리고 그 귀향은 언제나 지금, 이 자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.

청람 김왕식의 산문 「하늘은 빈 잔에 머문다」 중 작가의 말·비움의 서·맺음을 실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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